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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저렇게 신날까. 쇼요를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오늘까지 꾸준히 하는 생각이다. 노래 연습이 잘 되지 않을 때도, 방송에서 실수를 해 매니저 형한테 혼이 날 때도 잠시 시무룩하다가 곧 풀리고 만다. 팬들은 그걸 쇼요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기껏 준비한 특집 무대가 엎어져서 멤버들도, 회사 스텝들도 모두 기운이 빠져있는데도 쇼요는 다음에 더 멋있게 하면 되죠! 하고는 만다. 그러고는 다시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다.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모두 알고 있는 사실. 우리에게 ‘다음’은 확신할 수 없는, 너무도 불확실한 단어다. 작은 회사에서 데뷔한 신인인 우리 팀에게 허락되는 무대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는지는 상관없이. 다음 무대가 당장 3일 뒤의 대타 무대일지, 일주일 후일지, 아니면 한 달 후일지.

 

“카게야마, 슬슬 들어가자.”

“쇼, 아니 히나타는요?”

“연습 더 하고 오겠대.”

 

 나는 연습할 기분도 나지 않는데.

 

“저도 연습 좀 더 하고 히나타랑 같이 갈게요.”

 

 그럼에도 연습실에 남은 건,

 

“하하, 진짜 히나타한테 지기 싫어한다니까. 알았어, 적당히 하고들 들어와.”

 

 승부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너랑 둘이 있고 싶어서.

 

 

Love takes braveness

日影

 

 

“카게야마? 왜 안 갔어?”

“너한테 질까 보냐.”

 

 쇼요는 내 쪽을 흘긋 보더니 다시 전신거울 앞에 섰다. 평소라면 너 정도는 내가 당연히 이기지 어쩌고 말이 나왔을 법도 한데, 오늘은 내 기분이 가라앉은 걸 아는지 더 말을 걸지는 않았다. 쇼요는 눈치가 빨랐다. 눈치가 너무 없다는 평을 듣는 나와는 다르게. 여러 모로 나와 반대인 애였다. 마음을 꽁꽁 싸매고 에너지를 안으로 숨기는 나와 다르게, 쇼요는 모든 걸 방출해야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어쩜 성도 히나타일까. 태양. 정말 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쇼요는 모두에게 태양 같은 애였다.

 

 음악이 다시 흘러나왔고, 쇼요는 몸을 움직였다. 땀이 후두둑 떨어졌다. 티셔츠는 이미 젖은 지 오래였다. 쇼요와 내가 함께 짠 안무였고, 평소였다면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을 텐데 오늘은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연습실 소파에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그냥 쇼요가 연습하는 걸 쳐다봤다. 작고 마른 몸으로 격렬한 안무를 잘도 춘다. 처음 회사 들어올 때는 춤도 노래도 진짜 별로였는데. 몸치 혹은 음치였다기보다는……. 타고난 재능은 있는데 그저 배운 게 아무것도 없을 뿐이었다. 트레이닝을 받은 쇼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작은 회사라 트레이닝이 체계적이지 못한데도, 모든 것을 흡수하는 그의 재능은 무서울 정도였다. 니시노야 선배는 쇼요를 ‘괴물 같은 놈’이라고 평했다. 쇼요는 모든 면에서 뛰어났지만 노래보다는 춤을 좋아했고, 결국은 불리한 피지컬에도 불구하고 메인 댄서라는 이름으로 팀에 합류했다. 다행인 일이었다. 쇼요가 나와 같은 포지션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쇼요가 메인보컬이었다면. 아니면 작곡을 했다면. 어느 쪽이든 나와 겹치니 한 팀으로 데뷔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경쟁심 같은 건 차치하고서라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연습 안 할 거면 들어가서 쉬지.”

“신경 꺼.”

“에, 신경 써줘도 난리네.”

 

 말이 거칠게 나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온갖 나와 반대투성이인 그를 좋아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솔직하고 밝은 쇼요와, 성격 더럽고 예민한 나. 마음을 숨기기 바쁜 나를 쇼요는 연습생 시절부터 꽤 어려워했다. 몇 년 되니 어색한 관계에도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가끔씩 쇼요가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는 것 같을 때엔 말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들곤 했다. 어차피 고백 따위 할 수 없을 테니 벽을 쌓는 편이 낫다. 벽을 높게 쌓았다. 얼기설기 쌓았지만 꽤 높은 벽이었다. 그 벽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었다.

 

 음악이 몇 곡 더 흐르다 꺼졌고, 쇼요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부러 무시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3층 보컬 연습실로 향했다. 시선이 따끔하게 나를 찔러오는 기분이었다.

 

*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날씨였다. 온통 습기가 가득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다. 곡 작업을 하다가 좀 피곤해서 커피나 마실까- 하고 핸드폰도 없이 지갑만 들고 내려왔는데 밖은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리가 있었나. 우산을 가지러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축축 늘어진다. 슬리퍼를 신은 맨발이 튀어 오른 빗방울에 조금씩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카게야마.”

“……?”

“우산도 없이 뭐해?”

“…아, 잠깐 좀.”

 

 쇼요가 노란 우산을 들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딘가에 다녀온 건지, 건물로 들어가던 참인 것 같았다. 나는 거의 3층 작업실에, 쇼요는 2층 안무연습실에 있다 보니 한 건물에서도 마주치지 못하기가 일쑤였는데, 몇 시간 만에 쇼요의 얼굴을 보니 흐린 하늘이 개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끌어내렸다.

 

“우산 없구나. 같이 갈까?”

“딱히 그럴 필요는…….”

 

 내가 어디에 가려고 하는지도 모른 채 같이 가겠다고 말하는 쇼요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다정함인지 친절함인지, 아니면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쇼요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아서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쇼요는 의외라는 듯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그럼 네가 키가 크니 들어달라고 할 뿐이었다. 웃음기 띤 얼굴로 내게 우산을 건네는 걸 무슨 정신에 받아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노란 우산을 함께 쓰고 걷는 길은 설레면서도 불안해서, 우산을 쥔 내 손이 덜덜 떨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

 

“우산이 작잖아. 어떻게 두 명이 쓸 생각을 하냐.”

“카게야마, 고마우면서 괜히 투덜대지 말라고.”

“어디 갔다 왔어?”

“잠깐 친구 좀 만나고 왔어. 말 돌리지 말고.”

“뭐?”

“고마우면 고맙다, 좋으면 좋다 말을 하란 말이야.”

“…….”

 

 쇼요는 대답 없는 내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하라니. 내게 너무 가혹한 말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낸다. 뭐, 그런 대책 없는 따뜻함 때문에 쇼요를 좋아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직구로 듣기엔 조금 버거운 말들이었다.

 

*

 

 오랜만에 공연 일정이 잡혔다. 정말 작은 소극장 콘서트지만, 팬들에게 새 곡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얼마 되지 않는 팬들이라도, 늘 우리를 보러 와주는 사람들이니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부담감이 되어 마음을 짓눌렀다. 이번 공연에선 쇼요가 내 곡으로 솔로 무대를 하고 싶다며 부탁을 해와서 더 그랬다. 내 무대의 노래는 이미 편곡 마무리 단계인데, 쇼요의 곡은 엎은 것만 대여섯 곡이었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곡으로 작업을 하다가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보여서 요즘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든 곡들이, 쇼요가 부를 곡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완벽한 것만 주고 싶었다. 덕분에 하루에 서너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쇼요를 더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한 웃음이 났다.

 

“카게야마.”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쇼요가 커피를 들고 서 있었다. 내 몫의 라떼와 제 몫의 아메리카노. 뻑뻑한 눈을 비비며 앉으라 말하니 내 옆의 의자에 앉는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 괜히 부탁했나.”

“아니, 할 수 있어.”

“응, 곡 좀 들어보고 싶어서. 괜찮아?”

“아, 응.”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달콤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쇼요가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부탁했기에 최대한 거기에 맞추었다. 곡을 쓰면서 쇼요의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다. 가사는 본인이 쓰겠다고 했고, 고백을 기다리는 내용이라고 했으니, 언젠가 쇼요에게 고백해 올 귀여운 여자아이를 생각하며 노래를 만들었다. 고백같은 거 해본 적 없어서 잘은 모른다. 다만 내가 소녀였다면 쇼요에게 고백할 수 있었겠지, 생각하며 하지 못할 고백을 노래에 담았다. 곡을 들려주는 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내 마음이 들킬까 계속 쇼요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두근대는 소리가 쇼요에게 들릴까 겁이 났다.

 

“좋은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순간 풀어진 내 얼굴을 본 쇼요가 씩 웃으며 아메리카노를 쪽 빨았다.

 

“카게야마, 나 들려준다고 엄청 긴장했구나?”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쇼요의 얼굴이 너무 빛나 보여서, 순간 손을 뻗을 뻔 했다. 쇼요를 좋아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한 번씩 다시 반할 때면,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다. 얼빠진 얼굴로 응, 대답하지만 내 얼굴이 꽤 바보 같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병신 같은 카게야마 토비오.

 

 쇼요는 그 자리에서 파일을 제 메일로 보냈다. 가사 붙여 올게. 하는 쇼요에게 여전히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가이드 네 목소리 진짜 좋더라.”

“…고마워.”

“어. 갈게.”

 

 쇼요는 아무렇지도 않게 날 부끄럽게 만들고는 나가버렸다. 쇼요의 뒷모습에,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아 보내고 싶어서, 문 밖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

 

“히나타, 발음이 뭉개지잖아.”

 

“호흡 좀 제대로 해.”

 

“박자가 너무 무너져.”

 

“히나타!”

 

 어렵사리 편곡을 마치고 겨우 녹음에 들어갔는데, 쇼요의 상태가 좋지 않은지 실수가 잦았다. 평소에 녹음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디렉팅이 예민해졌다. 아, 미안. 내게 사과하는 쇼요를 더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아서 더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이미 녹음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좀 쉬었다 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쇼요가 부스 문을 열고 나왔다. 가시 돋친 내 말투에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아서 사과를 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데 쇼요는 굳은 표정으로 녹음실을 나가버렸다. 실수했다. 공연 앞두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건 다들 똑같을 텐데. 손에 쥔 가사지가 구겨지는 게 느껴졌다.

 

“…아.”

 

 한숨이 나왔다. 프로답게. 프로답게. 늘 감정을 삭이며 내게 되뇌는 말이었다. 사실 예민해서가 아닐 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노래에 몰입해, 고백하는 가사를 부르는 쇼요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 쇼요도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겠지, 하는 생각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프로답지 못했다. 정말 나, 너무 못났다. 쇼요를 포기하고 일을 선택한 건데, 노래하는 게 내게 너무 소중해서 고백은 생각도 못했는데. 결국은 일을 하는데도 사적인 감정이 앞서버렸다. 자괴감이 들어 순간 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왔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겨우겨우 물 한 모금으로 눌렀다. 지금까지 녹음한 걸 다시 들어보니, 사실 쇼요가 그렇게 못한 것만도 아니었다. 쓸데없이 목소리가 좋아서는.

 

 Love takes braveness. 노래의 제목이었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해, 가사에 몇 번이고 등장하는 저 문장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평소에 장난스러운 쇼요의 목소리가 꽤나 진지해서 우울한 와중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용기를 내고 싶어. 아아, 히나타 쇼요. 쇼요. 쇼요. 어쩜 너는…….

 

 몇 분이 흘렀을까,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쇼요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쇼요가 들어왔다. 밖에서 뭘 하고 왔는지 아까보다는 한결 편해진 얼굴이었다. 쇼요만의 그 장난스런 얼굴. 많이 기다렸냐며, 다시 해보겠다는 쇼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헤드폰을 꼈다. 흠 흠, 목을 가다듬는 소리. 그리고 재생되는 반주. 조용히 쇼요를 쳐다보았다. 평소에 눈을 감고 부르던 쇼요는 눈을 감지 않았다. 쇼요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저러지 싶다가도 괜히 눈을 피하면 안될 것 같아 눈을 맞췄다.

 

네 눈동자에 고백이 담겨 있어

미소 띤 입가에 다 써져 있어

모르는 척 하기도 이젠 힘들어

 

Love takes braveness

조금만 더 다가와줘 속삭여줘

설레는 마음이 터지기 전에

내게 와줘

 

 쇼요와 눈을 맞추며 듣는 후렴구 가사가 너무 황홀해서 아까까지의 짜증이 모두 녹는 기분이었다. 날 위해 부르는 노래가 아닌 걸 알고 있다.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노래가 끝나고도 감상에 젖어있다가, 괜찮았냐고 물어보는 쇼요에게 허둥지둥 그렇다고 대답했다. 쇼요의 감정선이나 음 처리도 아까보다 훨씬 나아져서 한 번에 오케이를 외쳤다.

 

“카게야마, 고생했어. 나 때문에 괜히.”

“나야말로 아까 짜증내서, 미안.”

“에, 카게야마가 사과를 하다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야!”

“농담, 농담. 어쨌든 정말 고생했어. 고맙고.”

 

 쇼요는 깔깔 웃으며 안무가 완성되면 가장 먼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쇼요가 나간 녹음실 안은 왠지 모르게 설렘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마무리가 잘 되어서 다행이다. 오늘도 잘 버텼다. 공기가 달면서도 썼다.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으로 또 얼마나 공연이 없을 지 모르지만, 어쨌든 준비하던 공연이 잘 끝났다는 것만으로 마음은 후련했다. 무엇보다도 백스테이지에서 들은 쇼요의 솔로 무대가 가장 빛났고(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 무대를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여기서 만족해야 하는데, 자꾸 마음이 삐져나온다. 쇼요는 내 옆자리에서 오늘 공연이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나는 어딘가 찜찜한 마음이다. 역시 좋아하는 게 죄지. 언젠간 마음을 접을 수 있겠지…….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었고, 다들 꽤나 취해 보였다. 니시노야 씨와 타나카 씨는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스가와라 씨와 사와무라 씨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쓸모 없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팀에서 제일 나이가 많고 평소에 카리스마 있는 선배들이 그러고 있으니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스탭들도 알아서 삼삼오오 떠들기 바빴고, 멀쩡한 건 쇼요뿐이었다. 애초에 쇼요는 잘 취하질 않았다. 내가 부러워하는 점이기도 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 자제하는 편이었다. 오늘은 그러지 못한 것 같지만. 스탭들이 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해 다 받아 마셨다. 확실히 취한 것 같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에, 카게야마, 취했어?”

“아니, 괜찮다.”

“취한 것 같은데?”

“괜찮아.”

 

 내가 술이 약하다는 걸 아는 쇼요는 술 깨라며 내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고마워, 하고 받아 마셨지만 술이 깨는 것 같진 않았다.

 

“카게야마, 진짜 괜찮아? 잠깐 나갔다 올까?”

 

 평소라면 됐다고 했겠지만, 정말, 정말……, 술 때문이다. 조금 몽롱하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나는 쇼요를 따라나섰다.

 

“속 울렁거리진 않아?”

“응.”

“바람 좀 쐬고 들어가자.”

 

 길거리는 조용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위에, 쇼요와 나 둘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져서 소름이 끼쳤다. 술기운 때문인지 감정이 흘러 넘칠 것 같았다. 쇼요는 모르겠지. 지금도, 내 목에 고백이 걸려 있다는 걸.

 

“카게야마. 이번에 곡 진짜 좋았어.”

“응…….”

“아까 잘 들었어?”

“응, 좋더라.”

 

 터벅터벅 걷는 두 명의 발소리가 참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둘이, 자주, 걸으면 좋을 텐데. 쇼요를 흘긋 쳐다보니 올라간 입꼬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쇼요의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미소 띤 입가에 다 써져 있어. 내 입가에도 써져 있을까, 널 좋아한다고.

 

“저기, 카게야마.”

“어.”

“절대 술 마셔서 하는 말 아니고.”

“…어?”

“공연 끝나고 말해야지 했던 건데.”

“응?”

“…다 티나.”

“어?”

 

 쿵. 마음이 떨어졌다. 눈 앞이 새카매지는 기분이었다. 주어는 없지만 그냥 두려웠다. 내가 떳떳한 감정으로 쇼요를 바라보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아마 내가 생각하는 내용이 맞을 테니까.

 

“Love takes braveness.”

“…….”

“너 들으라고 불렀어.”

“저기, 쇼요.”

“처음으로 이름 불러주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속으로만 불러보던 쇼요의 이름을, 그대로 불러버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눈 앞이 팽팽 도는 기분. 내가 지금 술을 먹어서 꿈을 꾸는 건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쇼요는 웃고 있었다. 올라간 그 입꼬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토비오.”

“…….”

“용기, 내줄래?”

“…….”

 

 아무래도 꿈이겠지. 그렇다면, 한 번은 욕심 내봐도 되지 않을까…….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을 들이쉬고

 하나

 둘

 

 

“쇼요, 나 있잖아…….”

Love  takes  braveness

퐁당 - 러블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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